[김항석의 ‘결국 우리가’] A/B 테스트

KCCTS 김항석 대표 | 기사입력 2023/06/06 [13:34]

[김항석의 ‘결국 우리가’] A/B 테스트

KCCTS 김항석 대표 | 입력 : 2023/06/06 [13:34]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게임 디자인과 같은 프로세스에서는 A/B 테스팅이 일반적으로 수행된다. 이는 여러 선택 사항 중에서 성공 가능성이 적은 것들을 배제하고, 최후에 남은 두 가지 유력한 선택 사항을 대상으로 시험을 시행하여 가장 효과적인 선택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최종 선택이 반드시 최고의 선택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와 같은 방법론은 결정의 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KCCTS 김항석 대표 

 

탄소 중립은 이와 유사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현재 기업들은 탄소 중립을 추진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최근 필자는 60여 개의 국내외 기업과 미팅을 진행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은 탄소 중립 준비에 있어 일관되게 A/B 선택 사이에서 주저하고 있다.

 

이러한 주저함은 주로 정부와 국제사회의 결정이 보류 중인 상황에 기인한다. 2026년에 시행될 예정인 4차 온실가스감축계획은 2023년 말에 발표 예정이고, 국제사회에서 연말에 열리는 COP를 기다리는 의견들이 많다. 그러나 탄소 중립을 추진하려면 다양한 투자가 필요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로 인해 감축과 상쇄의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곧 원가 상승과 그린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그린 인플레이션을 줄이려는 의지가 없는 것은, 그들이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 대다수는 혁신이나 리스크를 감수하는 데 주저하고 있으며, 신규사업의 가능성 탐색과 리스크 감수도 부족하다. 한 기업의 ESG 담당자는 “내가 A를 선택했는데 나중에 정부가 B를 선택해서 회사가 손해를 보게 되면 그 책임이 모두 내게 돌아옵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2026년이요? 저는 그때는 없을 것입니다"라는 말을 한 임원도 있었다.

 

이에 반해, 어느 프랑스 기업의 ESG 담당자는 “우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간을 낭비하면서 더 큰 재무적인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A일 수도, B일 수도 있는 두 가지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선택지가 나타날 때를 대비한 대책을 세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것보다는, 빠르게 결정하고 잠재적인 다른 선택지에 대비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우리 국내 기업들이 배워야 할 자세이다.

 

해외 기업들은 상당수의 효율적인 탄소 감축 기술 특허들을 점유하고 있으며, 탄소 감축 효과가 큰 프로젝트마저도 선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기업들은 대부분 B2B 거래를 하는 기업들로 해외 원청에 부품 및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많다. 이런 기업들은 공급망 내에 있고, 이 영역이 바로 원청과 해외 기관에서 규제강화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해외 원청들은 우리 기업들에게 가격을 낮추고, 탄소발자국도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빠르게 자원을 투입하여 해결책을 마련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더 이상의 A/B 고민은 결코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아니다.

 

김항석 대표 소개: 칼럼 ‘결국 우리가’를 기고하는 김항석 대표는 현재 탄소감축 전문기업 KCCTS,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셰어링과 베트남 짜빈성 최초 사회적기업인 MangLub을 설립하고 운영 중이다. 기후위기, 환경과 이를 위한 적응과 완화 분야를 위해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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