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은 외부적으로 탄소 중립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탄소 중립의 네 단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위선적 행위를 가리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측정'으로 한 회사가 배출하는 모든 탄소량을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여기에는 회사 자체의 배출인 스코프 1, 사용하는 에너지원인 스코프 2, 그리고 이용하는 서비스와 공급망의 탄소량을 포함한 스코프 3에서의 배출량을 모두 측정합니다. 현재 대부분 기업은 스코프 1과 2만 주로 측정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감축'입니다. 이는 측정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과정으로, 공정의 혁신이나 지속 가능한 연료의 사용 등을 포함합니다. 특히, 스코프 2의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 등이 이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 감축 과정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어떤 기업도 탄소를 100% 감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모든 행위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상쇄'입니다. 탄소를 한 번에 다 감축할 수 없으므로, 특정 약속된 시점(예: 한국의 탄소 중립 목표는 2030년과 2050년)에 도달할 때까지, 탄소 중립 목표량에서 탄소 감축량을 뺀 잉여량을 상쇄하는 것입니다. 상쇄 방안은 매우 다양하며, 정부의 탄소배출 할당량을 구매하거나, 유럽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 인증된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은 위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알리는 단계인 '보고'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네 단계를 제대로 이행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측정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감축 단계를 건너뛰고 면죄부를 사들이듯이 상쇄용 탄소배출권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그린워싱입니다.
이전에는 그린워싱 기업을 보면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린워싱은 거짓과 욕심이 낳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60여 개의 기업을 만나 탄소 중립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대부분 기업이 탄소 중립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에 큰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탄소 중립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으며,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사업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린워싱을 하는 기업은 적어도 탄소 중립 정책에 대해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는 거짓으로 현재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린워싱을 한 회사는 반응을 보인 곳이었습니다. 탄소중립에 반응을 보인 그린워싱 회사는 오히려 바른 전략으로 선회하도록 설득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들이 이미 탄소 중립과 관련된 단계들을 검토하고, 공부하고, 조사했기 때문입니다.
기업 담당자들의 무관심에 지쳐버린 저는 그들에게 차라리 그린워싱이라도 하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최소한 내부에 팀이라도 꾸릴 것이고, 상쇄용 배출권을 구매하면서 조금이라도 배출권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말도 안 되는 논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60여 개의 기업을 만나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기업들이 그린워싱이라도 좋으니 탄소중립 활동에 조금이라도 반응이라도 하면 다행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필자가 그린워싱에 찬성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김항석 대표 소개: 칼럼 ‘결국 우리가’를 기고하는 김항석 대표는 현재 탄소감축 전문기업 KCCTS,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셰어링과 베트남 짜빈성 최초 사회적기업인 MangLub을 설립하고 운영 중이다. 기후위기, 환경과 이를 위한 적응과 완화 분야를 위해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저작권자 ⓒ 사회적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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