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는 국정감사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원래 국정감사는 정기회 이전에 시행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8월 이전에 국정감사를 해야 합니다. 다만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기간 중에 실시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서 지금 10월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의 매번 10월에 진행되고 예산 심의는 11월로 미뤄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국정에 대한 견제와 결정은 연말에 집중해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바쁘게 되고 제대로 된 심의가 어렵게 됩니다. 매우 정치적인 이슈 한 두 개에 몰입하게 되어 이슈가 되지 못하지만 중요한 일들이 묻혀지게 됩니다. 이제 아프리카 대륙 경제 규모의 한국입니다. 이런 나라가 한 두 가지 이슈에 소용돌이처럼 매몰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당 기능이 약하다 보니 개별 의원들의 플레이에 의존하게 됩니다. 개별 의원들은 국민연금 개혁이나 에너지 정책 등 거대한 이슈들은 엄두가 안 나게 되니 사소한 것에만 목숨 거는 모습을 보입니다. 파킨슨이 이야기한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의 법칙’이 적용되는 상황입니다.
국회의 시작은 왕에 대한 견제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또한 국민의 대표자입니다. 권력분립은 왕이 한 명일 때 좋을 가능성보다는 나쁠 가능성이 많았다는 역사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세종대왕 같은 왕이 있을 수 없기에 최상보다는 최악을 막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민의 대표자-그러나 힘이 약한 의회
우리 헌법에서는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역할을 3가지로 규정합니다. 법(52조), 예산(54조), 국정감사(61조)입니다. 따라서 국회는 이 3가지 방식을 통해 국민의 대표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힘이 약합니다. 많은 국민들의 생각과는 다릅니다. 국민들은 국회라는 극장에서 보여지는 국회의원이라는 배우들을 보기 때문입니다.
국회의 역할이 커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관료들이 만든 법과 예산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마치 작가와 감독을 하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놀라운 역할을 하는 의원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국가 운영에서 국회의 역량은 아직 매우 부족합니다.
법은 시행령으로 무력화되기도 하고, 예산은 집행 과정에서 본래의 취지가 훼손되기도 합니다. 물론 관료 입장에서는 재량권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국민의 대표자 기능을 수행하려면 국회도 어느 정도 각본을 쓰고 기획을 할 수 있는 정책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제도의 한계가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국회가 사소한 것에 매몰되어 최소한의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책임도 분명히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조연배우가 아니라 플레이어
예산에서도 증액권이 없는 감액권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을 못하게 할 수는 있어도 무엇을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국회에서의 예산 증액이란 말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정확히 예산 증액을 요청해서 정부(기재부)가 그것을 받아들여 예산에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사소한 지역구 예산도 관료들의 동의(혹은 허락)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관료들과 척을 지어서는 안됩니다. 국회라는 극장에서 큰소리치는 국회의원이라는 배우들이 무대 뒤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국회는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 당연할까요. 그러면 국회는 불필요한 조직일까요. 만들어진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일단 힘이 약하지만 분명히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무엇이 되게 하기는 힘들어도 안되게 하는 것은 가능한 것이 국회의원입니다. 무엇만을 할 수 있게 하는 포지티브 권한은 가지지 못하지만, 무엇을 못하게 금지하는 네거티브 권한은 있습니다.
예산에서는 그나마 가진 권한 감액권입니다. 정부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지렛대 삼아 국회에서 원하는 정책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지금 정부는 재정건전성이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정부의 적극적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합니다. 저희 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경기불황의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나라살림보고서] 2008년 이후, 민간소비 정부소비 및 민간투자, 정부투자 변화 분석)
지방도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나라살림보고서] 지방자치단체 재정 상황 긴급 진단 및 처방 을 보면 지방정부에 전례 없는 위기가 찾아 왔습니다.
물론 정부와 국회의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을 견제하는 국민의 대표자를 뽑은 것은 최악을 막기 위함입니다.
이번 한 번만이라도 지역구 예산을 접어 주십시오. 조연배우가 아닌 플레이어로서의 국회를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사회적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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