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생존, 인간사회의 생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물 중 하나인 개미는 1억 4천만 년 전부터 존재해 온 곤충입니다. 이 개미들이 오랫동안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비결은 뛰어난 조직력과 생존 능력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개미가 줄을 지어 이동하는 행동의 비밀은 ‘페로몬’에 있습니다. 페로몬은 생물이 다른 개체에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방출하는 화학물질입니다. 개미는 이동 경로 위에 페로몬을 뿌려 다른 개미들에게 길을 알려줍니다. 다른 개미들이 페로몬 냄새를 맡고 그 길을 따라 이동하게 됩니다. 이것이 개미가 줄을 지어 이동하는 비결입니다.
먹이를 발견하면 금새 모이는 개미들의 특성도 여기에 기인합니다. 먹이를 찾은 개미는 돌아오면서 페로몬을 뿌려 다른 개미들에게 먹이의 위치를 알립니다. 이 페르몬을 따라 다른 개미들이 몰려가면서 페르몬을 뿌리기 때문에 더 많은 개미들이 모여들게 됩니다. 순식간에 엄청난 개미들이 모여드는 비밀이 여기에 있습니다. 상호 통신수단인 더듬이가 있어서 움직임과 진동으로 상호 인식하며 사회적인 활동을 합니다.
인간사회의 흥망성쇠도 비슷한 원리가 있습니다. 어떤 분야의 흥망성쇠도 먼저 개척하고 발견을 알리고 함께하고 지켜냅니다. 개미집단처럼 집단별 생존 시스템을 갖추고 리더가 있으면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문제는 먹이의 문제입니다. 개미들은 새로운 먹이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못 찾으면 소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개미집단 간에 흥망성쇠의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은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산업이나 분야의 흥망성쇠가 있지만 서로 간에 돕거나 돕게 만드는 국가 등의 공공영역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페르몬을 뿌리는 지식노동을 수행하는 많은 집단 지성의 노력들이 있습니다.
농업의 생존
얼마 전 <2023년 농림어업조사>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지난해 우리 농가는 99만 9000가구로 1년전의 102만 3000가구보다 2만 4,000가구 줄었다고 합니다. 농가수가 100만 이하로 떨어진 것은 농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5년 이후 처음입니다. 1970년대에는 200만 가구가 넘었습니다. 뿐만아니라 이때의 가구당 숫자는 지금의 두배가 넘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천만 농민이었지만 지금은 가구당 2명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농가인구 수도 200만에 불과합니다.
뿐만아니라 구성에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해 농가 전체인구 208만9,000명 중에 65세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52.6%인 109만명에 이릅니다. 1년 전보다 2.9%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고령인구 비율이 18.2%이니 농촌 고령인구 비율은 3배에 이르는 셈입니다.
연령 구성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소득의 구성을 보면 전업농은 56만 400가구로 1년전의 59만 가구보다 3만 5천가구 줄었습니다. 대신 다른 일을 하면서 농사를 짓는 겸업농이 43만5,000가구로 1년 전보다 1만 2000가구 늘었습니다.
그런데 소득에서는 특이한 문제가 있습니다. <2023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결과>에 따르면 2023년 농가소득은 5,082만원입니다. 전년대비 10.1%나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농업소득은 1,114만원(21.9%)이고, 농업외 소득은 1999만원(39.3%)입니다. 이외에 이전소득 1,718만원(33.8%)이고 비경상소득도 249만원(4.9%)입니다.
농업 외 소득은 관광이나 다른 업을 하여 얻는 소득입니다. 이전소득은 공적보조금이 94.7%이고 사적보조금은 5.3%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직접적인 정부 재정지원이 1,626만원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농축산물 판매금액 1억원 이상 농가는 전체 농가의 4.2%인 4만2,000가구이고, 1천만원 이하인 농가는 64.5%인 64만가구 입니다. 경지면적이 1.0ha(3천평) 이하의 농민이 73.5인 73만 4,000가구입니다.
여기서 농업예산이 많음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령화의 진행으로 더 많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농업예산인가 하는 점입니다.
핵심은 농업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2005년에 농업 관련 공공기관인 농업기반공사가 농촌공사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농업에서 농촌으로 바꾸는 것은 산업보다 지역 개념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당시 행안부의 한 관료는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요즘 농촌이 어디있는가, 농림부가 농업이 줄어드니까 농촌이라는 지역 개념으로 영역을 확장한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2005년에 이미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81.3%를 넘어섰습니다. 최근에는 군지역도 주민의 절반 이상은 읍내에 머물고 있다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그래서 귀농자는 적지만 귀촌자가 대부분입니다. 귀촌자는 주거지만 옮겨도 통계에 잡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1천만 원 이하의 농업을 해도 농민으로 잡히기 때문에 농업농가 통계에는 허수가 많습니다. 바야흐로 농민은 무엇인가. 농업은 무엇인가 하는 존재론적 고민을 해야하는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산업규정의 재설정 필요
농업에 대한 재개념화가 필요합니다. 산업으로서의 농민과 부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분리해야 합니다. 농민 지원이 아니라 노인세대 지원입니다. 농촌지역에 사는 노인 세대입니다. 농업 예산이 아니라 복지 예산입니다. 농업이라는 산업 지원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복지로서 노인을 케어하는 예산지원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경쟁력을 가진 농업을 진흥시키고, 예산지원의 낭비요소가 줄어들 것입니다. 매년 급증하고 120억 불이 넘어선 농수산식품 수출은 농업에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농업관료들이 영역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농민의 수를 유지하고 영역을 지키기 위해 농촌이라는 이름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지역을 담당하는 행안부와 겹치기 때문에 농촌지역 예산사업은 항상 중복됩니다. 억지로 유지할 문제가 아닙니다. 시대 변화에 맞는 정부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영역 관련하여 한가지 사례를 더 붙이겠습니다. 대왕고래 석유 사업과 관련한 석유공사 이야기입니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석유공사는 통폐합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습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자원개발을 여러 기관이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왕고래 석유 사업은 통폐합을 저지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추진하던 사업인데 갑자기 커져 버린 것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석유개발 예산은 6백억 원대 였습니다. 작년부터 준비하였다면 올해 수천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어 있었어야 했겠지요. 최소한 적극적인 계획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석유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다만 영역을 지키기 위한 일거리가 만들기는 아닌지는 한번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언급하는 것입니다. 끝맺으며 다시 개미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개미들은 페로몬으로 먹이를 찾아내고 생존합니다. 다만 먹이가 없음은 어떻게 알릴까요. 피리부는 사나이를 쫓듯 무조건 몰려간다면 멸종했을 것입니다. 페로몬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능성이 없는 곳, 개미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은 가지 않는 집단 지성이 발휘되는 것입니다.
인간사회는 전체를 조망하며 다른 개미집단을 돕습니다. 하지만 전체를 조망하지 않고 시대변화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집단의 시스템을 유지하면 낭비와 소멸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본능이 아닌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인간의 장점이 단점이 되는 순간입니다. <저작권자 ⓒ 사회적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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