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을 살릴까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09/22 [18:42]

[정창수 칼럼]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을 살릴까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4/09/22 [18:42]

‘고향’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울림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

 

사전적 의미의 고향은 자기가 태어나서 사는 곳, 고향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 속에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노마드시대 특히 이동이 잦은 한국인은 고향에 대해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살던 곳이 여럿이고 조상 대대로 살던 곳도 특히 농촌이 해체되면서 아무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은 고향을 잃은 채 살고 있다고들 합니다. 다만 주로 어린 시절 살던 곳을 고향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고향이야기를 꺼낸 것은 다름아닌 고향사랑기부제 때문입니다. 일본의 고향납세를 참고하여 만든 고향사랑기부제는 이제 2년차를 맞이 했습니다. 최근 일본의 고향납세 기부액이 1조엔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9조원 가까운 액수입니다. 제도 도입 15년 만입니다. 참여한 인원도 1천만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첫해인 2008년 727억원에 그쳤지만 이제 123배나 성장한 것입니다.

 

지난 2023년 우리나라에서 고향사랑기부제로 모금한 돈은 650억 원입니다. 1인당 최대 500만원에 세액공제 10만원, 그리고 답례품 30%를 고려한다면 적지는 않은 돈입니다. 1인당 평균 기부액은 12만원이라고 합니다. 아직 미미하지만 일본의 경우와 비교하면 크게 적은 액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지방정부 세수 확보를 위해서입니다. 전문가들 중에는 중앙정부 세수와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중앙정부에 갈 돈을 지방으로 돌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사실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지방정부의 행정능력, 부패 문제, 소모적인 경쟁 등 그림자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긍정적인 것이 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정부의 혁신을 촉진한다는 생각입니다. 솔직하게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30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지방은 중앙정부 정책의 집행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권한과 책임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이지만 지방정부도 관료제도의 특성상 문제가 안생기게 하려는 소극적 행정을 하게 됩니다. 일부 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이 혁신을 하려 해도 잘 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재정 확충의 경우에도 지역에서 노력한 것보다는 중앙정부 정책 때문에 경제구조에 의한 세수입이 많은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따라서 들어오는 돈을 수동적으로 받고 정해진 일을 수행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로 인해 이제 지역의 능력을 시험받게 됩니다. 돈이라는 숫자가 나오고 실적을 평가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비교당하는 것을 못 참는 한국 사람의 특성상 일본이 23년간 쌓은 실적을 아주 빠른시간 내에 달성할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습니다. 처음에 안전을 우려한 것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산하기관을 두고 싶었던지 플랫폼을 농협 한군데로 하면서 통제하고 새로운 조직을 만든 것입니다. 비효율과 홍보 부족 등 많은 관료적인 문제가 노출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제도를 개선한다고 합니다. 우선 민간 플랫폼을 개방합니다. 공모 절차에 들어갔고 올 연말에는 활용된다고 합니다. 홍보도 자율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사적 모임이나 자치단체 행사에서 모금이 허용됩니다. 문자메시지 홍보도 가능하게 됩니다. 6월부터는 지정기부제가 도입되었습니다. 이를 활용해 충남 청양군은 정산중고교의 탁구부 지원사업으로 5천만원을 모았고, 곡성군에서는 소아과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모금은 작년보다 31%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첫해의 바짝 노력이 주춤해진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는 다른 지점을 봅니다. 고향사랑기부제라는 이름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일본이 경우에는 수도권 집중이 우리보다 덜 한데다가 우리처럼 가족 모두가 수도권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고향에는 노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어떤 시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고향은 아는 사람이 살아야 고향입니다. 따라서 일본은 고향사랑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 먹히는 분위기입니다. 

 

우리는 조금 다릅니다. 가족 전체가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태어난 곳에 아는 사람이 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향우회에 기반한 고향사랑기부는 다소 철 지난 느낌입니다. 우리나라 3대 조직이라 불리던 호남향우회마저도 요즘 모임이 잘 안됩니다. 

 

따라서 이제는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관계인구, 체류 인구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살고 싶은 곳으로서의 매력을 만들도록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지역의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최근 저희연구소는 지역축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2024년 지역축제 현황 및 성과분석에 따른 성과관리 제도개선 방향성 제언 보고서에서 지역축제는 증가했지만 지역주민 참가율이나 외부 방문객이 줄어들었다는 내용입니다. 2019년에 비해 지역주민의 참가율이 33%나 줄어든 곳도 있습니다. 지역주민도 참여하지 않는 지역축제에 외부인이 올 리가 없습니다. 지역주민이 행복하지 않는 곳에 와서 살고 싶은 외부인은 없습니다. 

 

고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지원을 호소하지 말고 새로운 고향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지역사랑기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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