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상 칼럼> 팬데믹과 노벨평화상

이인상 칼럼리스트 | 기사입력 2020/10/12 [09:51]

<이인상 칼럼> 팬데믹과 노벨평화상

이인상 칼럼리스트 | 입력 : 2020/10/12 [09:51]

올해 노벨평화상이 세계식량계획, WFP에 돌아걌다. 노벨위원회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백신이 나오기 전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라며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왔다면 당연히 백신 개발자에게 상이 돌아갔을 거라는 말로도 들린다.

 

또는 “올해 인류가 처한 이 특별한 위기 상황에서 ‘먹을 것’이라는 원론적 아젠다를 꺼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미리 준비한 대답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2020년 인류에게 코로나19는 두렵고 힘들다. 감염병이냐 식량이냐? 코로나19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모태 화두인 식량과 대등한 생존 이슈가 된 것이다.

 

실제로 세계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건 감염병 자체보다, 팬데믹이 가져 온 경제 파탄과 굶주림일지 모른다. 아직 감염병을 퇴치해 평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면, 감염병으로 인한 배고픔이라도 해결하는 것이 평화를 위한 최선이라는 논리.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노벨위원회는 “세계식량계획은 굶주림을 전쟁과 갈등의 무기로 활용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분쟁 지역에서 평화의 조건을 만들었다”며 “코로나19로 전세계에서 기아에 시달리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위원회는 또 지난해 전세계에서 1억3500만명에 달하는 이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등 최근 몇년 사이 상황이 차츰 나빠지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충격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세계식량계획을 포함한 구호단체들이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상상도 할 수 없이 많은 지역에서 기아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1963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세계식량계획은 지난해 한 해에만 전세계 88개국의 1억명에 가까운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제공했다.

 

톰슨 피리 대변인은 수상자 발표 직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코로나19로 봉쇄조처가 시행된 상황에서도 세계식량계획은 주어진 의무 이상을 수행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식량계획이 올해 평화상을 받으면서 평화상 수상 단체는 25곳으로 늘었다. 단체가 평화상을 수상한 경우는 이번까지 총 28차례이며,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유엔난민기구(UNHCR)는 각각 3차례와 2차례 수상했다. 이외에 유엔과 유럽연합(EU)도 평화상을 받았다.

 

올해 노벨상 후보에는 211명의 개인과 107개 기관이 올랐으며, ‘국경없는 기자회’ 등 언론 단체들과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또 후보 중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포함돼 있어 일부 평화단체와 네티즌들의 비난이나 희화화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지 못하고 각국의 자영업 폐업률과 실업률이 사상 최고인 가운데, 세계 평화를 위해 뭐가 제일 시급하냐고 물으면 누가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올해 노벨평화상 발표는 내년의 수상자가 누가 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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