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담금 감면
정부는 지난 3월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32개 부담금을 폐지‧감면하여 연간 2조 원 수준의 국민·기업 부담을 경감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국민이 부담금 경감 효과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법령 제·개정 후속조치에 즉시 착수한다고 공표했습니다. 그리고는 5월 28일에는 국무회의에서 12개 부담금을 감면하는 시행령을 의결했습니다. 2002년 부담금 관리체계 도입 이후 최초 전면 정비를 추진하여 국민·기업에 부담이 되거나 경제·사회 여건 변화에 따라 타당성이 약화된 부담금 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7월 제32회 국무회의에서는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등 21개 법률 폐지‧개정안을 심의・의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학교 신설 수요 감소에도 분양사업자에게 지속 부과(공동주택 기준분양가격의 0.8%) 중인 ‘학교용지부담금’을 폐지하여 기업 경제활동 촉진과 분양가 인하를 통한 국민 부담 완화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여객운송사업자에게 부과(여객운임의2.9%)하는 ‘운항관리자 비용부담금’도 폐지하여 영세 기업 부담을 완화합니다. 또한, 영화관람료와 항공요금에 포함되어 있으나 그간 국민이 납부사실을 잘 몰랐던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관람료의 3%)과 ‘출국납부금(1천원, 국제질병퇴치기금)’도 폐지합니다. 이외에도, 어업‧양식업 면허‧허가 등을 받을때 부과하는 ‘수산자원조성금’을 폐지하여 영세 어민 부담을 완화합니다.
재정감소 우려
부담금이 줄어들면 정부재정이 줄어듭니다. 재정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부담금이 줄어들면 재정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5년간 7조 4천억원의 수입이 감소한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부담금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2개월 만인 3월에 부담금을 폐지·감면하는 내용의 정비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감세 기조 탓에 향후 세입 기반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담금 수입마저 대폭 줄며 정부 재정 여력에 부담이 가중되고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재정 부담도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재부는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은 국민·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경제·사회 여건 변화에 따라 타당성이 약화된 부담금을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부담금 정의 미부합, 부과 목적-대상 간 관련성 미흡, 부과 요율·대상 등 부과기준의 합리성이 부족한 경우 등에 한정해 정비한다고 합니다.
정부는 그간 부담금 운용평가 결과와 국회·언론 등 외부지적사항 등을 감안하여 부담금 정비 계획을 발표하였고,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며 이로 인해 공공서비스 질이 저하될 우려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원 마련 대책으로는 부담금 정비로 인한 수입 감소분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여유 재원 활용과 함께 불요 불급하거나 저성과 사업, 관행적 지원 사업 등에 대한 지출 효율화도 병행하여 추가적인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고, 취약계층 지원 등 꼭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별도 재원을 통해서라도 차질없이 지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왠지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무언가 대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만 부담금은 걷은 후에 쓰일 곳이 정해져 있는 돈들 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필수적인 정부기능입니다.
부담금은 필요한 재정수입
2024년에 부담금은 24.6조 원이 걷힐 예정입니다. 부담금 수입의 86.6%는 중앙정부 기금과 특별회계 재원으로 활용됩니다. 따라서 부담금 경감·폐지에 따른 재원 마련 방안도 함께 강구되어야 합니다.
작년 9월 「부담금관리 기본법」 제6조의2에 따라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부담금운용종합계획서’에서 2024년 운용되는 부담금은 모두 91개입니다. 이미 작년부터 부담금에 대한 개편은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나라살림보고서]2024년도 부담금 분석)
나라살림연구소는 3월 시행령이 발표된날 이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즉시 발표 했습니다.([나라살림보고서]정부의 부담금 정비 방안 분석) 32개 정비 대상 부담금을 검토한 결과 경감액 상위 5개 부담금의 규모는 1.6조 원으로 전체 경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8%이며 경감액 규모가 가장 큰 부담금은 전기요금에 부과되고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1년차 △4,328억원, 2년차 △8,656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번 정부의 부담금 정비 방안은 감세정책의 일관된 흐름의 연장이며, 기업의 재정 책임을 완화하고 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정비 방안이고, 기후 위기를 거스르고, 지자체의 재원을 축소시키며,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정부의 입장과 다른 정비 방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향후 정비 방안 시행을 위한 법이나 시행령 개정 시 특혜나 재원 마련 방안, 환경 보전 등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부담금 감경과 폐지안에 대해서는 재논의를 통해 이번 정비 방안의 수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4월 3일에는 좀더 구체적인 분석도 했습니다. ([나라살림보고서]정부의 부담금 정비 방안 분석(2) - 주요부담금별 부담금 문제점 분석) 기후위기·공적 재정책임 외면한 부담금 정비 다수있으며, 특히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재생에너지 전환 사업의 주요한 재원이며, 4인 가구 기준 월 667원이 경감은 미미한 수준으로 국민 체감 효과는 미흡하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학교용지부담금의 경우에도 수도권 지역의 경우 민영개발이 이번 정비 방안의 영향을 받으며 향후 학교 신설의 수요가 있을 경우 해당 교육청과 지자체의 경제적 부담으로 귀착된다는 분석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농지보전부담금은 원칙문제, 개발부담금은 이익의 사유화 방치, 환경개선금은 이용억제라는 원래의 목적 훼손, 폐기물처분부담금은 책임성 약화 문제, 특정물질 제조·수입부담금은 법률 제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인하임을 주장했습니다.
부담금 정비는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
누가 이익을 보는가를 보면 정책의 취지를 알수 있습니다. 「부담금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부담금은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행정권한을 위탁받은 공공단체 또는 법인의 장 등 법률에 따라 금전적 부담의 부과 권한을 부여받은 자가 분담금, 부과금, 기여금, 그 밖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없이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는 조세 외의 금전지급 의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조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세 중에서 목적세는 특정한 사업의 경비에 충당하기 위한 경비라는 점에서 부담금과 성질이 같으나, 부담금과 같이 그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에게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과 관련이 없는 일반개인에 대하여 그 납세능력에 따라 부과되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일종의 조세이지만 부과되는 대상자가 특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조세 중에도 담배소비세나 유류세 등 특정한 대상으로 징수하고 특정한 사업에 사용하는 중간지대의 재정수입들도 있습니다.
규제도 강화시킬 규제가 있고, 완화 혹은 폐지해야 할 규제가 있습니다. 부담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부담금 완화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합니다. 정말 폐지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국민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돈을 적게 걷는다는 것은 지출을 줄인다는 것이고 정부의 역할을 축소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과 사업을 줄이지 않는다면 빚을 낼것입니다. 어느 쪽일까요. 우리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부담금을 내는 사람들입니다. 677원을 내는 국민들의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까요. 대신 전력기금으로 수행되면 취약계층 지원이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타격이 예상됩니다. 기후 관련이나 개발 관련 부담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가고 그로 인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재원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익의 사유화와 피해의 공유화가 부담금 정비의 큰 방향이라면 너무 무리한 주장일까요 <저작권자 ⓒ 사회적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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