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담합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 2.81% 라는 숫자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6/05/09 [11:16]

[정창수 칼럼] 담합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 2.81% 라는 숫자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6/05/09 [11:16]

문제의 핵심: 2.81%의 현실

 

담합(부당공동행위)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적발되어도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연구소 김건호 객원연구원의 『2023~2025년 3년간 과징금 100억 원 이상 담합 사건 결과 분석』 보고서(2026.4.1.)에 따르면, 해당 기간 13건의 관련 매출액은 약 19조 원에 달했다. 그에 비해 부과된 과징금은 5,446억 원, 비율로는 2.81%에 불과하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이 숫자는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담합은 처벌을 감수하더라도 97%의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가 되는 셈이다. 김건호 연구원 역시 보고서에서 “담합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해당 기업이 담합으로 얻는 이득에 비해 적발되어도 부과되는 과징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 구조가 개별 사례에서도 반복된다는 점이다. 2023년 8월 항공화물 담합 사건은 관련 매출액 6,297억 원에 과징금 409억 원, 6.50% 수준이었다. 같은 해 11월 군납·관급 담합 사건은 9,243억 원의 매출액에 549억 원, 5.94%였다. 2023년 12월 건설사 담합의 경우에는 관련 매출액이 1조 6,643억 원에 달했음에도 과징금은 305억 원, 1.83%에 그쳤다.

 

특히 2025년 6월 정유사 담합은 관련 매출액이 8조 326억 원에 달했지만 과징금은 964억 원, 1.20%에 불과했다. 규모가 클수록 오히려 과징금 비율이 더 낮아지는 역설적 패턴이 나타난 것이다. 2025년 11월 2개 업체 공동행위 사건 역시 1조 5,479억 원의 매출액에 354억 원, 2.29%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

 

결국 지금의 과징금 체계는 담합을 억제하기보다는, 일정 부분 감수할 수 있는 비용으로 인식되게 만들고 있다.

 

 

담합, 시장경제와 국가재정을 동시에 흔든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같은 업종의 사람들이 모이면, 대중에 대한 음모나 가격 인상의 모의로 끝나기 마련"이라고 경고했다. 250년 전의 통찰이 오늘날 한국의 담합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담합은 흔히 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문제로만 이해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영향이 훨씬 넓게 확산한다.

 

마포구청 생활폐기물 대행 용역 입찰 담합 사건에서는 2017~2019년 4개 업체가 낙찰률 99.88%에 달하는 담합을 반복하여 총 145억여 원 규모의 지방재정을 부당하게 편취했다. 주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산이 고스란히 담합의 대상이 된 사례다. 

 

돼지고기 납품가격 담합 사건에서는 9개 업체 31명이 6,500여 개 납품처에 대한 가격을 조직적으로 담합해, 학교·병원·공공기관 등 공공 영역의 식재료 비용을 부풀렸다. 

 

4대강 사업 건설사 담합에서는 120여 개 건설사가 수조 원 규모의 국책사업 입찰을 나눠 가지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설계보상비 244억 원 환수 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건설사들이 항소하며 반환을 거부한 점은, 담합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빵플레이션’ 담합이다. 검찰이 대한제분·삼양사 등 제분업체와 CJ제일제당 등 설탕 제조업체 임원 31명을 기소했는데, 2020년부터 6년간 밀가루 가격 변동 폭 등을 담합해 밀가루 가격을 42%, 설탕 가격을 67% 끌어올린 혐의다. 검찰이 확보한 녹음 파일에는 “공선생(공정위)에 들키면 안 되니 연락을 자제하자”는 내용까지 담겼다. 

 

이처럼 담합은 단순한 시장 질서 훼손을 넘어, 공공조달과 생활물가, 그리고 국가재정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다.

 

 

해외는 어떻게 하나

 

주요 선진국들은 담합을 시장경제를 훼손하는 중대한 경제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셔먼법(Sherman Act)을 통해 담합에 대해 최대 징역 10년의 형사처벌과 기업 벌금 1억 달러를 부과하며, 피해액의 3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병행하고 있다. EU 역시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과징금 하한이 관련 매출액의 0.5%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평균 부과율도 2.81%에 그치고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제도 차이를 넘어, 담합을 바라보는 정책의 강도와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공정위 개편 방향 : 기대와 과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과징금 제도의 전반적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과징금 하한을 관련 매출액의 0.5%에서 10%로 상향하고,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최대 18%까지 부과하는 방안이다. 감경률은 기존 30%에서 10%로 축소하고, 위반 전력이 있는 경우 최대 100%까지 가중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그동안 지적되어 온 ‘솜방망이 처벌’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공정위 심판관리관 김근성 역시 “법 위반이 기업의 ‘전략’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다만 이러한 제도 개선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김건호 연구원은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관련 매출액’이 소비자 피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핵심 한계로 지적한다. 

 

담합의 본질은 매출 자체가 아니라 가격 왜곡을 통해 발생하는 부당이득과 소비자 피해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과징금 산정 기준을 소비자 피해액이나 부당이득 금액 중심으로 전환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재정의 눈으로 시장을 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그동안 국가재정과 지방재정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중심에 두고 활동해 왔다. 재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고, 낭비를 줄이며,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그러나 이제 재정을 바라보는 시야를 조금 더 넓힐 필요가 있다.

 

건전한 시장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건전한 재정 역시 지속되기 어렵다. 시장의 공정성이 훼손되면 그 비용은 결국 재정으로 전가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나라살림연구소는 담합 문제를 단순한 공정거래 이슈가 아니라 재정 감시의 핵심 의제로 보고자 한다. 공공조달과 세금이 담합의 먹잇감이 되는 한, 아무리 재정을 효율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재정을 ‘지출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장 질서와 연결된 구조적 문제로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담합은 소비자의 지갑을 넘어 납세자의 부담과 국가 재정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담합은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문제이며, 재정의 관점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할 핵심 의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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